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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Feb 22' 현애, 엄마의 생일

  • Writer: Jeong Hanna Raphaela Heo
    Jeong Hanna Raphaela Heo
  • Feb 7, 2022
  • 5 min read

Updated: Feb 9, 2022



(사진들은 작년 우리 현애의 생일 날!)


엄마의 생일을 앞둔 저녁이다. 2월 7일 내일은 우리 엄마의 음력 생일이다. 음력으로 1월 7일에 태어난 우리 엄마. 엄마는 내일이면 쉰 여덟살이 된다. 엄마의 생일을 미리 축하해주려고 오늘 저녁을 함께 먹었다.


요즘 내가 성당에 열심히 다니니까 엄마의 종교생활이 궁금해져서 그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내가 알기로는 엄마가 모태신앙인데 내가 엄마가 세례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희한해서 묻고 싶기도 했다. 엄마는 유아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엄마에게 할머니이자 나에게 증조 할머니이신 분이 신앙심이 깊고 독실하셔서 그 영향으로 받은 거라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세례명을 기억하지 못한다. 엄마의 친엄마는(낳아주신 진짜 엄마) 엄마가 어렸을 때, 너무 일찍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물어볼 곳도 없고 해서 엄마는 나를 낳은 후 내가 어렸을 적 세례를 다시 받은 게 맞다고 한다. 그래, 분명 유아세례를 받았을 텐데 내가 엄마가 세례받은 것을 기억하는 것 부터 이상했어.


엄마가 내내 성당에 다니지 않다가 내가 어릴 적 다시 성당에 가게 되었던 계기가 있나 궁금해서 물었다. 엄마는 정말 계기가 따로 없고 그냥 익숙한 종교이고 할머니의 종교이기도 했으니 가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엄마는 아네스가 된 것이었다. 세례명은 주변에서 누가 추천 해주어서 그냥 별 생각 없이 정했다고 하는데, 성녀 아네스에 대해 찾아보고 나니까 왜 추천 해주셨는지 알 것도 같다. 어느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뛰어난 미모를 지닌, 순결한 여인이었다고 한다. 우리 엄마로 말할 것 같으면 어디 가서 미모로는 빠지지 않는 외모가 예쁜 여자다.


그런 젊고 예쁘던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동시에 머릿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내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즐겁게 밥 먹다가 눈물 흘리는 것 너무 주책스럽고 내 눈물의 이유를 설명 하다가는 정말 오열할 것 같아 방에 들어왔다. 들어오자 마자 펑펑 울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 눈물이 난다. 타이밍도 안좋게 방금 엄마가 뭘 물어보려고 내 방에 들어와서 우는 걸 들켜버렸다. 엄마는 덤덤한 사람이다. 마음이 쓸쓸한지 물은 후에 나갔다.


눈물이 나는 이유가 뭘까. 사실 엄마를 떠올리면 언제든 눈물부터 난다. 딸들은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엄마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깊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괜히 그런 말이 있는 게 아니다. 엄마를 떠올릴 때 눈물이 나기 시작한 건 오래 전 부터였다. 요즘은 말 할 것도 없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참 예쁜 사람이었다. 엄마의 '예쁨'을 생각하면 사실 내적인 것 보다 외모가 떠오른다. 유치원을 다닐 때도, 어디에서도, 우리 엄마가 나와 함께하는 자리에서 나는 늘 너무 어깨가 으쓱하고 자랑스러웠다. 누굴 봐도 우리 엄마가 가장 예쁘고 상냥했으니까. 지금 와서 어렸을 적 내 눈에 엄마가 어떤 사람으로 보였는지 떠올려 보면, 꼬마였던 내 눈에도 엄마는 미소가 아름답고 싱그럽게 예쁜 여자였다. 우리 엄마는 참 화려하게 생겼다.


그렇게 싱그럽고 발랄하던 엄마의 얼굴에는 어느덧 주름이 생겼고 이전과 같은 싱그러움은 찾기 어려워 졌다. 물론 엄마가 잘 살아온 인생을 증명하듯 예쁘고 인자한 주름이 얼굴에 생긴 거고, 그래서 여전히 엄마가 아름답지만 엄마의 젊음은 퇴색했다. 엄마 나이쯤 되어서 사진을 찍혔을 때 예쁘기 쉽지 않은데 우리 엄마는 사진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여전히 참 예쁘지만.


엄마라는 존재는 내게 눈물 벨이다. 떠올리면 너무나 고맙고, 내가 못 해주고 잘못한 것만 떠오르는, 너무 미안하기만 한 사람. 남자들이 절대 잊을 수 없는 여자가 그런 여자라던데 내게는 엄마가 그렇다. 나는 엄마가 가장 빛나던 그녀의 젊은 시절을 절대 잊을 수 없고, 그 때 내가 엄마를 보며 느꼈던 감정들도 마음 속 깊이 새겨져 있다.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거다.


엄마는 참 무던하고 멋지고 강인하면서도 여성성을 잃지 않는 그런 멋진 사람이다. 엄마는 안 그렇게 생겨서는 친화력도 엄청 좋고 참 수더분하다. 엄마에게 참 고마우면서도 속상한 건 엄마가 단 한 번도 '무조건적인 내 편'이진 않았다는 거다. 엄격한 사랑을 주었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 집은 특이하게 아빠 엄마 두 사람 다 그랬다. 마냥 예뻐하는 것 보다는 엄격한 사랑을 주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란 걸 안다.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내가 겸손하고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진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건 늘 내 편은 아니더라도 끝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걸 계속 상기시켜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엄마 아빠도 처음이니 다 잘할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덕분에 나는 내 아이가 생긴다면 '진리'에 따른 사유와 판단 그리고 선택이 중요하단 그 가치를 잘 알려 주면서도 그 아이가 늘 따스함만 느낄 수 있도록 키울 수 있을 확률이 남들에 비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보통의 여자들보다 어느 가정의 현명한 안주인이자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꽤나 자신한다. 나는 무언가에 대해 쉽게 자신하지 않는 편인데, 그 자신은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데에서 온다. 엄마는 내게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좋은 가치들을 다 보여 주었다. 헌신, 사랑, 연민, 성실함, 충직함, 강인함, 여성으로써의 매력을 간직하는 것, 가정과 남편에 대한 의리, 등등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좋은 가치를 말이다. 내가 엄마의 반만 따라 가더라도 나를 아내로 맞는 남자는 축복받은 사람일 거다.


내가 그런 엄마를 더 존경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엄마는 친어머니는 기억조차 못 할 정도로 어렸을 때, 아버지 역시 젊었을 때 여의었다. 새로 맞게 된 어머니가 아무리 잘 해주었다고 해도 친어머니만 하기 어렵다. 그 혼란한 가정과 상황 속에서, 엄마는 나처럼 좋은 표본을 보며 자란 것이 아닌데도 훌륭한 엄마이자 아내가 되었다. 우리 가족은 엄마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지금처럼, 존재하지 못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런 멋진 엄마의 젊음을 먹으며 내가 컸다.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는 좋은 딸이고 엄마를 잘 챙기려 노력도 많이 했다. 하지만 엄마가 내게 주는 마음과는 비교도 못 하겠지, 부모란 그런 거니까. 그런 엄마를 참 힘들게 하며 큰 것 같다. 악동으로 말썽도 피우고, 퉁명스럽게 짜증도 내고, 이 번에도 마음 아프게 하고 말이다. 아무리 평소에 잘 하더라도 한 번 실수하면 그 실수만 머릿 속에 남는다는 게 참 슬프다. 내 스스로 미울 때가 있다.


언젠가 엄마와도 이별을 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그런 날이 왔을 때 내 세상이 또 다른 위기를 맞지 않도록 후회 없이 엄마에게 잘 해주고 싶다. 잘 해주기만 해도 모자란데 나는 참 엄마를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아프게 하는 딸이네.


작년 엄마의 생일에 우리 엄마는 나 때문에 꽤 행복해 했다. 내가 열심히 잘 살고 있었고, 힘든 것도 잘 견디고 있었고, 아플 때에도 아프단 말 한 번 없이 씩씩하고 야무지고 똑똑한 딸이라고 입에 마르도록 자랑을 했다. 내 집에 초대해서 엄마의 생일을 보내기도 했다. 1년의 시간이 흘러 또 다시 엄마가 생일을 맞게 되는 날, 엄마에게 난 행복을 주고 있을까?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 속으로 묻는다, '엄마, 여전히 나 때문에 행복해?'라고 말이다. 엄마,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내가 늘 상처주게 되는 존재. 내가 기쁠 때 나보다 더 기뻐하고 내가 아플 때 훨씬 더 아파하는 영원한 내 편, 내 걸음이 느리더라도 천년 만년 나를 기다려 줄 사람. 늘 잘 하다가도 이내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너무 사랑해.


엄마의 시간이 조금만 느리게 갔으면 좋겠다. 내가 후회 없이 잘 해주어서 내 마음이 다시 편해지는 날 까지, 엄마의 젊음이 제발 조금만 더 오래 갔으면 좋겠다. 아직 엄마와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우리 둘 만의 여행, 우리 둘 만의 기억을 더 만드는 것,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을 더 자주 돌아보며 얘기하는 것, 그런 모든 것. 그리고 엄마에게 주고싶은 행복들도 있다. 내가 다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는 날이 와서 날 끝까지 지켜줄 누군가와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잘 사는 걸 보여주는 것, 엄마를 닮았을지도 모를 내 아이를 보여주는 것, "아기 낳아보니까 엄마 마음 알겠어, 미안해"라며 엄마 앞에서 펑펑 우는 나를 엄마의 지혜로 달래줄 수 있는 날이 오게 해주는 것, 그 모든 것.


엄마는 영원할 내 마음 속 고향이야. 생일 정말 축하해. 이기적인 내 마음에는 엄마가 나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살면 좋겠어. 늘 기다리게만 해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정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다음 생일에는 더 행복하게 해줄게.



이 노래는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그녀를 기리며 만든 노래다. 우리 엄마는 조수미 씨를 너무 좋아해서, 어릴 때 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늘 조수미씨의 노래를 들었다.


언젠가 우리 엄마와 둘이 차 타고 파주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집에 오는 길에 엄마가 이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틀어 주었는데, 운전하다 오열했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그런 날 보면서도 역시 덤덤했고.



이 노래도 엄마와 함께 듣다가 내가 펑펑 울었던 노래다. 엄마도 너무나 좋은 노래라고 했고. 엄마와 함께 자주 걸은 공원, 자주 걸었던 길, 자주 들었던 노래, 무엇 하나도 평생 간직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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