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Mar 22' 모든 건 날 위해서
- Jeong Hanna Raphaela Heo

- Mar 22, 2022
- 2 min read
오늘 어떤 일을 하다가 신명나게 털렸다. "어디서 싸가지 없이,-" 라고 누군가 나를 경멸하는 눈으로 보며 내 앞에서 소리 소리 지르는 것을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겪었다. 당황하고 좀 속상하긴 했지만 기분이 엄청 나쁘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나는 기본적으로 업무 세팅에서 오가는 피드백에 대해서는 감정의 동요라는 게 거의 없는 사람이다. 친구, 연인, 뭐 그런 관계에서는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모든 상황에서 내가 굽히고 사과하는 편이지만, 업무 세팅에서의 나는 정말 냉정하고 감정의 동요가 없다. 특히 내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다. 억눌러서가 아니라,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이다. 뭐 어쨌든. 그 당시에는 좀 속상했는데 이내 괜찮아 졌다.
내가 deserve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는 말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결과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내게 화를 좀 낸들, 내게 의미 없어서.
그래서 나는 화가 나지 않았다. 일을 하며 마주칠 때에도 계속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오히려 화낸 쪽이 불편해 했지. 그렇게 하루를 다 보내고 나니 상대에게 카톡이 왔다.
"제가 예민해서 아까 말이 너무 심했던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 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아, 괘념치 마세요. 저 괜찮아요. 제가 더 노력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겠죠." 그리고 역시나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았다. 동요되지 않으니까 동요할 수가 없었던 거다.
그래도 처음 소리소리 지름을 당했을 때는 속상했었고, 날 보러 친구가 와 주었다. 친구와 이런 얘기를 나누고, 근데 사실 뭐 그 사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 하며 이해 한다고 말했다. 친구는 내가 참 특이하다고 했다. 사과와 용서는 다른 거라면서. 본인은 어느 선을 넘으면 상대가 사과해도 용서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친구가 신기했다.
나는 용서하는 게 세상 제일 쉬운 일인 것 같다. 아직까지 그렇게 크게 (누군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해하거나 죽인다거나 뭐... 그런 것) 상처받은 일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뭐 저예시같은 일이 평생을 살며 얼마나 높은 가능성으로 일어날 수 있겠는가. 불가능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한다. 왠만한 건 다 용서하기 쉽다. 마음의 문을 조금만 열면 되고, 그 사람은 어떤 사유로 그랬을지 그 입장에 대입 해 보면 모든 게 참 쉬워진다.
'아, 그럴 수도 있구나-' 하면 마음이 참 편해진다. 그럴 수도 있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너에게는 불쾌한 일일 수 있었겠구나. 네가 속상하고 예민한 날을 보내고 있었을 수 있겠구나. 그래서 내게 실수했을 수도 있겠구나. 그럼에도 넌 내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준 거 구나. 그 거면 되었다. 뭐 이런 flow.
사람은 다 다르고,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며, 누군가 틀릴 확률은 사실 참 적은 것 같다. 그저 마음의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뜨고, 그 눈으로 조금만 더 멀리 봐주고, 더 따스하게 감싸주면 충분한 삶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게 폭언을 한 그 사람에게 꽤 고마웠다.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나보다 싶어 안쓰러웠는데, 그래도 내게 사과를 할 만큼 용기있고 멋진 사람이구나. 나름대로 내 주변에는 멋진 사람들이 많구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그런 거 멋진 거잖아 하면서.
모든 건 날 위해서다. 이해의 범위를 넓히는 것, 사람을 사랑하는 것, 상대가 필요로하는 것 이상의 도움을 주는 것, 모두 내 행복을 위해 하는 나의 선택들. 그리고 그 결과로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나를 참 좋아하고 존중한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삶이겠거니 오늘도 생각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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