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Feb 22' 받아들임 예식
- Jeong Hanna Raphaela Heo

- Feb 7, 2022
- 3 min read
Updated: Feb 9, 2022
오늘은 받아들임 예식을 했다. 원래 듣던 토요일 오후 4시 교리 수업 대신 예식과 미사를 병행하는 것이었다. 13시까지 꼬스트홀의 만남의 방에 모이는 일정이어서 일어나 성당에 갈 준비를 했다.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경건함이 가득한 마음이었기에 머리부터 발 끝 까지 화이트 - 오프화이트 - 오트밀 색으로 톤온톤 룩을 입었다. 내가 나가는 것을 본 현애가 말했다. "무슨 백의의 천사 룩이야?" 하고 말이다. 정확히 파악했네. 맞아, 나 라파엘라, 치유와 사랑의 대천사, 흰색 처럼 깨끗하고 맑은 마음으로 천사같은 사람이 되어 보자는 의미였다.
오늘도 늦지 않게 도착해서 봉사자 분들이 한아름 안겨주신 책자들을 받았다. 출석 확인을 한 후에 바로 옆 테이블에 앉혀졌다. 앉아서 기다리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먼저 앉아계시던 분이 "성호경부터 시작해서 기도를 해볼까요?" 하시는 것이다. 기도문을 외웠는지 테스트를 하는 거라고 했다. 주에 2-3번씩 계속 미사에 참여하고 수녀원에 다니기도 했고, 제일 어렵던 사도신경도 다시 보았기 때문에 불안함은 없었다. 성호경으로 시작해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사도신경까지 주요 기도문 5개를 쭈욱 읊었다. 모든 기도를 마치고 눈을 떴는데 봉사자님이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하나만 여쭈려고 했는데 다 잘 외우셨네요!"라고 말 하셨고, 옆 테이블에 앉아계시던 아버지 뻘 되시는 봉사자님이 날 흐뭇하고 기특하단 눈으로 쳐다보셨다. 눈이 마주쳤기에 가볍게 목례를 했다.
한시까지 모이기로 했지만 역시 지각자들이 참 많았고, 그래서 일부러 더 일찍 오라고 하는 것 같다. 어쨌든 모든 사람들이 모였고 두시에 있을 받아들임 예식과 미사를 위해 대성전으로 이동했다. 이동 해서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보좌 신부님이 식 순서를 간략하게 알려주셨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문득 성전이 평소보다 밝다는 생각을 하며 앞을 보니 햇살이 너무나 예쁘게 쏟아지고 있었다.
이른 오후에 미사를 드리러 온 건 처음이었는데,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내리는 햇살이 알록달록하고 정말 뭉클한 마음이 들 정도로 예쁜 거다. 빛과 소금이란 말이 절로 떠올랐다. "너희는 세상의 빛, 너희는 세상의 소금",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처럼, 부패한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소금처럼 살라는 그런 의미를 지닌 말. 성전에 예쁘게 내리쬐던 그 햇살이 나의 영혼을 빛으로 채우고, 새하얗고 맑게, 따스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신묘하지, 믿음이라는 새싹이 또 한번 자라난 오늘의 이 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시간이 되어 예식과 미사가 시작되었다. 계속해서 무언가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도 정말 신앙이라는 또 하나의 마음이 생기고, 정식으로 세례받을 때 까지 마음 들여 이 과정을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죄의 용서를 받고 싶고, 나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덜어내고 싶고, 내 삶을 지탱해줄 무언가의 단단한 뿌리를 얻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신앙을 찾아가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카페로 향했다. 성경 필사를 시작하고 싶어서였다. 처음에는 '카페 폰트'에 갔는데 카페 주제에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고, '아파트먼트'에도 한 자리조차 없었다. 그나마 한 자리는 남아있던 '카페 베르데'에 자리를 잡았다. 힙한 동네에 살아서 불편한 점이다. 나는 그냥 집 앞 카페에 가는 건데 어딜 가도 사람이 너무 많은 것. 확진자가 삼만 명을 넘었다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참 많았다.
어쨌든. 자리를 잡아놓고 나서 크로플과 민트라떼를 시켰다. 하루종일 먹은 게 없어서 배가 고팠다. 별 생각 없이 주문했는데 웬 걸, 하나도 기대하지 않은 크로플이 정말 맛났다. 성당에서는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영혼이 깨끗해짐과 포근함을 느꼈겠다, 맛난걸 먹고 기분도 좋은 상태에서 필사를 시작했다. 마르코 복음 1장 부터 16장 까지 해야 하는데, 해야할 일을 미뤄두면 마음이 계속 불편하기 때문에 오늘부터 빠르게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도 훨씬 양이 많아서 놀랐다. 이번주에 짬 나는대로 해서 마무리 지어야 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들었다.
미사에서가 아니더라도 생각 날 때 마다 기도를 한다. 얼어붙은 내 세상을 녹여 달라고, 내가 따스한 평화를 느끼며 살도록 날 지켜달라고, 아픈 마음이 치유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우리 가족에게 평화를 달라고, 그의 마음에도 치유와 평온을 주시고 그를 따스함으로 꼭 지켜 주시라고. 내 기도가 하늘에 닿게 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힘든 이 시간을 잘 버티며 예비신자로써의 이 여정을 잘 해내려 한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