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Feb 22' 라파엘, 사유, 흉터
- Jeong Hanna Raphaela Heo

- Feb 4, 2022
- 4 min read
Updated: Feb 5, 2022
오늘도 성당에 다녀왔다. 일찍 나와서 수녀원에 들렀는데 나를 돌봐 주시는 마리헬렌 수녀님이 안 계셨다. 내일이나 모레까지 댁에서 쉬다 오신다고 한다. 수녀님을 못 뵈어서 아쉬웠지만 내일 교리 수업에 가면 또 만나니까. 아, 맞다! 내일 교리 수업이 없다. 이번주 일요일에 받아들임 예식이 있는데, 그래서 토요일에는 수업이 없다고 했었지... 이번 주에도 결국 성당에 세 번을 오게 되네. 마음의 평화도 찾고 좋지 뭐.
성당 오는 길에 루카오빠한테 연락이 왔다. 루카오빠로 말할 것 같으면 나의 스터디원이자, 나와 같은 양천 허씨이자, 내 웃음벨이자, 절찬리에 판매중인 (ㅋㅋ) '다 내려놓고 싶은 날'의 저자이자, 어쩌다 보니 같은 명동성당에서 교리를 듣고 있는 (같은 반은 아니다) 사람이다. 언젠가 같이 미사에 가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나는 매주 토요일에 다니니 오빠가 언젠가 토요 미사에 오게될 때 만나기로 했었고, 그게 바로 내일이라는 거다.
명동성당 에서의 토요일 6시 미사, 나는 매주 빠지지 않고 참석 중이다. 2/19에는 중요한 시험이 있어 빠지게 되겠지만, 1월 이후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내 토요일의 고정 일정이다.
지은 자매에게 연락을 했다. 오랜만에 같이 보면 좋잖아-. 미사도 함께 참석하자는 뜻은 아녔는데 지은이도 오랜만에 미사에 참석하겠다고 한다. 지은이가 내게 가톨릭이라고 10번은 말한 것 같은데 나 매번 까먹는다. 지은자매 역시 종교와 잘 매치되지 않아서인가 보다. 진짜 신기한게 지은이의 남자친구 강민이 역시 가톨릭이라는 거다. 그리고 둘의 세례명도 신기하게 지은이는 프란체스카, 강민이는 프란체스코다. 둘 다 애기 때 받은 유아세례라는데 이런 우연이!
강민둥절. 지은이와 강민이도 내일 6시 미사에 같이 참석하기로 했다. 지은이는 참 밝고 귀여운 동생이다. 웃음도 많고 인상도 좋고 활발하고 예쁜 친구! 강민이도 그렇다. 조용하지만 소소하게 웃기다. 아무튼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미사도 드리게 되어 기쁘다.
아무튼 오늘도 성당에 왔다. 무언가 불안정한 내 마음에 조금씩 평화의 자리를 찾아주는 이 곳. 미사 드릴 때 항상 일찍 도착하는데, 오늘은 도착해서 성물방에 들르고 대성전에서 미리 기도도 했다. 성당의 고요함 속 혼자 하는 기도가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명동 성당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참 웅장하고 예쁘다. 유럽에 가면 가우디가 설계했다는 그런 멋진 성당들도 볼 수 있겠지? 언젠가 그런 곳에 가서 영어로 드리는 미사에도 참석해 보고 싶다. 함께 하고픈 이가 있었지만, 언젠간 또 생기려나...? 뭐 안 생기면 어때, 마음 속 잊혀지지 않는 누군가를 품고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성 관계에 대한 욕심이나 욕구가 없거든.
미사에도 점점 익숙해 진다. 자주 참석해서 그런지 기도문은 거의 다 외웠고, 저번주 쯤 부터는 미사 통상문 없이도 미사의 순서도 기억하며 잘 참여하고 있다. 루갈다 수녀님과 마리헬렌 수녀님이 엄청 칭찬 해주셨는데... 앞으로도 기도라는 성찰과 반성, 그리고 발전을 통해서 예쁘고 맑은 내 마음을 더 아름답고 깊이 있게 가꾸고 싶다.
더 깊고 아름다운 마음이란 무얼까 생각 해 봤다. 마음의 깊이는 사유의 정도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더 많이 사유하여 더 좋은 생각과 선택을 하는 것, 그게 마음이 깊다는 것 아닐까? 인간이고 사람이기에 늘 좋은 생각과 선택만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불완전함을 다듬는 것 역시 사유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아름다운 마음은? 아름다운 마음이라..., 정의하기가 참 어렵네. 쉽게 정의하긴 어렵지만 아마도 수용과 포용, 배척하지 않는 이타심,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 그런 것의 복합체 아닐까 한다.
'나란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깊고 아름다울까?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 맞을까?' 사실 나는 이런 긍정의 질문 보다는 부정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더 많이 던진다. '난 얼마나 별로인 사람일까? 좋은 사람이라 하기에 부족한 내 모습은 어떤 것들일까?' 그 편이 더 쉽기도 하고, 그 편이 나를 더 겸손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들고, 내 마음의 고요와 평온을 지켜준다. 오늘도 그렇게 사유하며 나를 반성하고, 변화를 약속하고, 축복을 부탁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진 아픔의 치유를 빌며 기도했다. 사랑하니까.
오늘 성물방에 들러 새로운 기도 책자를 샀다. '천사들께 바치는 긴급한 기도'라는 이름이 너무나 끌렸고, 내 세례명을 '라파엘라'로 정했기에 더 궁금했다. 찬찬히 읽어봤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었다. 내용인 즉슨 이러하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랑의 화살이요 약이신 라파엘 대천사여, 불타는 사랑의 상처를 저희 마음에 내시고, 저희가 그것을 영원히 보존하게 하시어, 저희도 매일같이 사랑의 길을 걸으며 사랑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소서.
밑줄 친 부분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God has healed의 의미를 지닌 라파엘라인데, 왜 사랑의 상처를 입혀 달라는 기도를 하는건지... 상처의 치유를 바라는 나로써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명쾌한 해석이 없어서 다음에 수녀님을 뵈었을 때 여쭤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궁금증을 미루어 둔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례명 너무 잘 정한 것 같다. 더 알아갈 수록 더 좋아지는 걸 보니 내 마음이 크게 움직였나 보다. 몸과 영혼에도 궁극적인 평온을 주는 치료자, 라파엘라. 대천사 라파엘라에게는 절망에 빠지거나 삶이 흩어졌다고 느낄 때, 인생의 가장 위급한 시기에 기도한다고 한다. 더 많이 알게 된 지식, 이 곳에서 얻었다. 나중에 생각날 때 마다 봐야지.
그리고 오늘의 나, 얼빡샷. Maroon 색의 예쁜 스웨터 입었는데 윗 부분만 나왔네... 사진에서도 보이겠지만 나의 상처는 아직 크고 붉다. 살짝 켈로이드가 형성되는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이 수술은 목주름 따라 정말 잘 했고 아무는 속도와 정도 역시 좋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려 봐야지 뭐. 엄마 아빠는 꼭 상처 성형을 해야 한다는데 난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상처 역시 내 삶의 흔적이자 증거이며 내게는 마치 주홍 글씨 같은 거다. 난 '주홍 글씨'에 담긴 의미와 그 말을 참 좋아한다. 내 몸에 이미 새겨놓은 주홍 글씨도 있다. 내 쇄골에 새겨놓은 'Truth will set you free'는 처음 새겨진 주홍 글씨다. 진리가 너를 자유케 할 것이다 라는 말, 이전 포스트에 적어놓은 것 처럼 나는 늘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진리를 깨달으면 깨달을 수록 내 삶이 더 자유로워 질 거란 믿음이다. 지금도 그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이 문구를 새긴 이후 사람들이 내게 종교가 있는지 정말 많이 물었지만 난 이 표현이 성경에 나오는지도 몰랐다. 그냥 내게 필요하고 중요한 문구이니 새겼을 뿐. 우연인지 이제는 내게 종교가 생겼지만 말이다.
아무튼 크게 흉진 저 목의 상처는 내 삶을 담는 주홍 글씨다. 살면서 내가 내리는 모든 선택을 존중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내린 모든 선택은 결국 나로부터 말미암은 것임을 늘 상기시킬 주홍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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