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Jan 22' 흉터/미사/1코린
- Jeong Hanna Raphaela Heo

- Jan 29, 2022
- 3 min read
Updated: Feb 9, 2022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의 주말이라고 한다. 아직 일상으로의 복귀를 하지 못했고, 일과 모든 걸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면서 지낸다. 병원에 다녀오고, 상담 받고, 약 먹고, 공부하고, 수녀원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또 기도를 드리고... 요즘 내가 하는 것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최대 1시간 걸린다던 수술이 7시간이 넘는 대수술이 되어 위독했던 곳이 목인데, 목에 흉이 아직 정말 크게 남아있지만 목의 상처는 오히려 다른 곳 보다 잘 회복중인 것 같다. 다행인 일이다.
어제도 성당에 다녀왔지만 오늘 교리반 수업이 없더라도 주말 미사는 꼭 참석하고 싶어서 집에 있다가 호다닥 나왔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보라돌이 룩을 입었다. 웃픈 썰인데, 아픈 와중에 내가 진짜 죽을 줄 알고 다섯 명의 가족 각자에게 글과 메세지를 남겼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난 이후에 두 명이 내게 얘기했는데, 대체 그놈의 보라색은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거냐고 했다. 생일에도 보라색 꽃, 아플 때도 보라색 꽃, 그놈의 보라색이라며, 쩝...
오늘은 6시가 아닌 7시 미사에 참여했는데, 미사에 참석하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1) 기도문을 성가대가 부르는 미사였는데 너무 좋았다. 2) 영어 미사를 들어보고 싶었는데, 영어 미사 진행하시는 파비아노 신부님이 오늘 무려 한국어로 강론을 하셨다. 웃음보가 눈치 못 챙기고 터져서 힘들었다. 3) 제2독서 내용이 너무 좋고 마음에 와닿아서 처음으로 성경 독서할 때에 귀 쫑긋 기울이고 들었다. 하나씩 적어 보겠다.
나는 미사에서도, 수녀원에서의 기도 시간에도, 집에서 기도할 때도, 기도하는 내내 맨날 천날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울어서 정말 눈물 마를 날이 없는데... 오늘은 파비아노 신부님 때문에 중간에 눈물 쏙 들어가서 그 때 부터는 휴지를 쓸 일이 없었다.
이제 미사 통상문 없이도 괜찮은 나, 강론 듣고 있는데 뭔가 잘 안 들리고 이상한거다. '오잉?' 하고 앞을 봤더니 외국인 신부님이 한국어로 강론을 하시는 거였다. 이탈리아 분이셔서 그런지 된발음이 정말 너무 센거다 :'( 그 때 부터 웃음벨은 눌렸다.
처음에는 눈치도 못 챘을 만큼 한국어 잘하시는데... "쓉촤콰에 못빸퀴쒼 츄님..." (츄님이 너무 뭐랄까 귀여우셨다) 그리고 "쒸편에서~ 께께타케 (시편에서 ~ 깨끗하게)" 라고 하신 부분에서 나 혼자 입꼬리가 자꾸 올라갔다. 나 너무 불경한가...? 자괴감이 들었지만 재밌었다.
그리고 오늘 미사 때 성가대가 기도문을 다 성가로써 불러주었는데, 너무 경건해지는 느낌이고 평온하고 좋았다. 어제 마리헬렌 수녀님의 성가 음 잡아드린 것도 이런 것 하시려고 그랬나보다 하는 느낌이 왔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오늘 미사 중에 가장 울림이 있었던 부분은 바로 '제2독서' 였다. 1코린 12, 31 - 13, 13이었고, 내용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12, 31 여러분은 더 큰 은사를 열심히 구하십시오. 내가 이제 여러분에게 더욱 뛰어난 길을 보여 주겠습니다.
13,1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2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수 있는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3 내가 모든 재산을 나누어 주고 내 몸까지 자랑스레 넘겨준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4 사랑(하느님)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하느님) 친절합니다. 사랑(하느님)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5 사랑은(하느님)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6 사랑은(하느님)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
7 사랑은(하느님)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8 사랑(하느님)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습니다. 예언도 없어지고 신령한 언어도 그치고 지식도 없어집니다.
9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합니다.
10 그러나 온전한 것이 오면 부분적인 것은 없어집니다.
11 내가 아이였을 때에는 아이처럼 말하고 아이처럼 생각하고 아이처럼 헤아렸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아이 적의 것들을 그만두었습니다.
12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13 그러므로 이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너무 따뜻하고 뭔가 울림이 있었는데 어떤 마음에서 였을까? 하느님으로 표현한 내용 보다도 사랑 그 자체에 대한 내용이 따스하고 좋았던 것 같다. 좀 더 곱씹어보고 생각해 보고 싶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highlight 해놓은 13장 4~8절은 내가 주는 사랑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부분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사랑해도 내 이익을 추구할 때가 아예 없진 않다. 그래도 저 '참고 기다린다, 모든 것을 덮어준다, 모든 것을 믿는다, 모든 걸 바라고 모든 걸 견딘다, 사랑은 쓰러지지 않는다'라는 부분은 정말이지 내 마음과 같다고 생각했다.
내 사랑은 정말이지 꽤나 모든 걸 덮어주고 모든 걸 견디며 절대 쓰러지지 않는 것 같다. 정말로 가슴에 손을 얹고, 나는 쓰러지지 않는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있다 생각한다. 혹시 이러한 사유로 조금만 더 노력해서 조금씩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점점 더 완전한 사람이 돼보라고 하느님이, 성모님이, 예수님이, 날 살리신 걸까? 맞다면 내게 힘을 주시면 좋겠다.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때 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 힘.
집에 오는 길에는 평소에는 배도 안 고프다가 갑자기 참치김밥이 너-무 먹고싶어서 분식집에 갔다. 들어갔는 데 마감 했다고 해서, 홈플러스에 갔는데 김밥 자체를 안 팔더라... 분식집도 들르고 홈플러스도 갔으나 결국 내가 먹은 건 편의점 김밥이다. 편의점 김밥 내 돈 주고 사먹어 본 적이 처음인 것 같은데...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지?
편의점 김밥, 편의점 음식 얘기하니까 괜히 또 울컥해진다. 저녁 약 먹고 빨리 잠이나 자야겠다. :'( 그래도 퍽 괜찮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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