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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Jan 22' 치유의 기도

  • Writer: Jeong Hanna Raphaela Heo
    Jeong Hanna Raphaela Heo
  • Jan 22, 2022
  • 3 min read

Updated: Feb 5, 2022



오늘 난데 없이 멘탈이 또 바사삭 해서 너무 힘든 하루였다. 그래도 우선 토요일이니까 늦지 않게 교리에 참석해서 수업을 잘 들었다. 수업 듣고 나와서 내 교리공부를 도와주시는 마리헬렌 수녀님과 얘기 나누는데, 수녀님이 손 정말 꼭 잡아주시면서 "정, 조금 이따 우리 통화도 해요. 꼭 전화해요! 꼭요!!" 하시는 것이었다. :'( 나는 내가 대체 뭐라고 어딜 가도 예쁨받는 걸까. 수녀님께 너무 감사했다.


교리 끝나고는 최근 늘 그랬듯 토요일 오후 6시 미사를 드렸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집에 가려고 역에 내려왔는데 수녀님이 전화를 주신 거다. 김정희 에프램 수녀님이라고 병원에서 오래 일하신 수녀님이신데 하느님이 기도를 다 들어주셔서 정말 엄청 유명하신 분이 계시다는 거다. 원래는 만나기도 힘든데 오늘 나와 함께 기도를 하게 해주시겠다고 했다. 진짜 지하철 역에 저렇게 내려갔었는데 다행이었다.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누군가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나를 위해 기도하고, 어떤 이를 보고 날 떠올려 연락 주는 일은 사실 수녀님이 아니라 누구였어도 감사했을 일이지만 참 감사했다.


에프램 수녀님은 정말 유명하신 분인 것 같다. 수녀님의 치유 기도를 받기 위해 예약을 한다는 사람들도 있고, 유튭에 검색해봐도 나오시고, 다른 성당 다니는 친구들에게도 말하니까 들어 봤다고 한다. 에프램 수녀님, 그리고 마리헬렌 수녀님과 함께 나의 회복과 내 사랑들의 회복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다. 나 진짜 천사 맞나, 이렇게 힘든 와중에 여러 사람들에게 너무 귀한 도움을 끊임 없이 받고 있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나 싶기도 하고... 나, soon to be 라파엘라, 치유의 천사, 지금은 고장났지만 다시 발랄뽀짝한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요즘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건 미안함과 죄책감, 뭔가 내가 다 망친 것 같다는 자괴감,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이다. 이 글을 적는 지금도 사실 손이 떨리고 눈물이 왈칵 한다. 약도 잘 먹고 정신과 외래도 매주 다니고, 외상외과랑 혈액내과도 오라고 할 때 잘 가고, 이래 저래 열심히 노력 중이지만 그래도 역시 요즘 내 마음은 괜찮으려다가도 힘들어지곤 한다. 아직 일도 무엇 하나도 복귀하지 못하고 치료에만 전념하고 있는 이유다.


그래도 정말 긍정적인 건, 1. 내 몸의 회복속도가 빠르고 수술 경과가 좋다는 것, 그리고 2. 이번 치료 이후 내 아픈 마음이 재발할 확률은, 아무 일 없이 발랄하던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보다 훨씬 낮을걸로 보인단 거다. 정신과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나라는 사람은 애초에 정신과적인 마음을 안정적으로 크게 갖고 있어서, 내 스스로 나의 생각과 내면 세계를 들여다 보는 일이 내게 이미 익숙한 일이며 그 능력이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처음보다 너무 많이 나아졌다고 하신다.


'정신과적인 마음'이란 것 역시 이번에 두 달을 내리 병원에 입원하면서 알게 되었다. 내 감정과 내 생각의 뿌리를 찾아 내려가서 내면을 열고 들여다볼 수 있는 일, 그게 가능하면서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어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 그게 바로 의사들끼리 말하는 '정신과적인 마음'이라고 한다. 게다가 처음 이런 치료를 받는받고 있는데 아예 쉬면서 치료만 집중적으로 받고있기도 해서 괜히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예후가 너무 긍정적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 이후로는 왠만해선 병원 올 일이 없을 거라고 하셨다. 왜냐, 겪을 것 다 겪고 나서 이뤄낸 회복일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은 내가 겪을 것 다 겪었다 생각한다셨다.


그리고 외과적인 수술 결과도 괜찮다. 원래 내 수술은 30분-1시간 정도면 끝나는 가벼운 수술이라고 했었는데, 목의 상처를 열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깊고 경동맥이 찢어져 있었다고 한다. 경동맥이 아예 끊기면 바로 죽는건데, 나는 원래 응급 수술이 아닐거라는 의사 선생님들의 판단 하에 중환자실에서 오래 대기하다가 수술 받았는데도 혈관이 버텼다고 한다. 조금 심하게 움직이거나 낙상이라도 했다면 정말 아찔했을 거라고...


최대 1시간이라던 나의 수술은 7시간이 넘게 걸렸다. 복막도 찢어져 있었다 하고, CT를 세 번이나 찍었다. CT 비용만 100은 낸 것 같네... 가벼운 수술인 줄 알고 들여 보냈는데 수술 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위독하다고 해서 엄마 아빠가 엄청 걱정했다고 한다. 뭐 어쨌든 나는 하늘의 보호를 받아 살아난 것 같다. 수술 결과도 좋고 회복 속도도 빠른걸 보니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는 메세지 같기도 하고... 회복 속도가 정말 빠르다고 했다, 나는 역시 건강한 아이다. 아무튼 난 과정에서 3번을 죽을 뻔 했지만 3번 다 살아났고 그렇게 다섯 번째의 목숨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의사 선생님들은 다 아찔했다, 정말 저세상 갈 뻔 했다, 진짜 다행이다, 회진과 외래 도는 내-내- 말씀하셨다.


그리고 밥 계속 못 먹고 수술하고서도 못 먹고 누워만 있어서 8키로 빠지고 혈액 수치 떨어져서 또 다시 병원에 갔던 것도... 병원에서 강제로 밥 다 먹이고 그래서 원복되었다. 전보다 근육은 줄고 지방이 늘어난 거 같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뭐...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그치만 나 응급실 진료기록 보고 진짜 너무 충격 받았다. 병들어 보임, 불량함, Uncooperative, Dysthymic, Depressed, Appetite - Very Poor, Nutrition - Poor, 수면 <3HR... 병들어보인 건 밥을 너무 못 먹다가 갔으니까 그랬을 것 같은데, '불량' 및 'Uncooperative'는 너무 억울하다. 쇄골에 튜브 꽂고 진짜 온 몸 다 아파서 의식 나가기 0.1초 전인데 계속 의식 있어야 한다고 뺨 두드려 가며 뭘 계속 물어보는데 어떻게 내가 협조적이었겠는가... 불량하다니... 나만큼 공손하고 선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퉤. 이것 말고도 충격적인 것 많은데 진짜 이건 양호한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망가졌구나 싶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아지면 돼...



그리고 에프램 수녀님이 기도도 해주셨으니까 내 마음도 괜찮아지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아직은 한 번 기도할 때 마다 눈물 콧물 다 짜고 휴지 없으면 미사 못 드리는 수도꼭지 이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오늘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고 있지 않나 하면서 긍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집에 오니까 아빠가 내 저녁도 차려놓고 운동하러 갔다. 아빠는 요즘 내 밥 챙겨주기 바쁘다. 우리집은 아빠 엄마가 요리 다 잘 하는데 내가 스물 된 이후로는 모든 주방 일 아빠가 다 한다. 엄마가 그간 가족들 밥 차려주느라 고생했기 때문에... 아빠가 맨날 맛있는 거 해줘서 조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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