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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Feb 22' 가슴아픈 연휴, 떡국

  • Writer: Jeong Hanna Raphaela Heo
    Jeong Hanna Raphaela Heo
  • Feb 2, 2022
  • 2 min read

Updated: Feb 5, 2022



어제는 설날이었고 오늘까지 설 연휴다. 어쩌다 보니 떡국을 한 번도 못 먹었다. 1월 1일 신정에는 병원에 있어 먹지 못했고, 어제는 왠지 나가기도 귀찮고 그렇다고 집에서 요리 하기도 싫어서 그냥 프로틴을 마셨다.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면 챙겨 먹었겠지만 요즘 신도림과 반포를 오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 주에 3일은 엄빠 집에 있고, 4일 정도는 내게 방을 내어준 친한 언니네 반포 집에서 있는 거다. 엄빠도 바쁘고 언니와 형부도 바쁘다 보니 양쪽 집에서 혼자 있는 편이라 떡국 먹을 기회가 없었다.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정말 잘 하는 편인데, 요즘은 계속 요리 하기가 싫었다. 나보다 남을 위해 요리 해주는 걸 좋아하기도 하는 데다가 주방에만 가면 생각나는 얼굴에 마음이 아려와서 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아프다.


평상시 같았다면 요리하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조카들을 돌봐주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주방에 섰다. 또 다시 마음이 아렸다. 그래도 아기들에게 배달 음식 먹일 수 없으니 건강한 요리를 해주어야 했다. 아기들과 친하지도 않은데 어쩌다 내가 보게 되었담...


내가 좋아하는 떡국은 두 가지 버전이다. 뽀얀 사골 국물을 내서 소고기 양지살을 넣고 끓이는 떡국과 조개살을 가득 넣은 미역 떡국. 오늘은 맛있는 미역이 있어서 미역 떡국을 끓였다. 우리 집은 떡볶이떡, 떡국떡, 가래떡은 모두 사먹어 본 적이 없다. 할머니가 매년 농사지은 쌀을 가지고 직접 정미소에 가서 떡을 뽑아 보내주시기 때문이다. 마침 첫째 사촌 오빠의 지인이 보내준 완도산 최상품 미역에다 바지락도 있어서 미역 떡국을 뚝딱 끓였다. 아기들 밥을 만들 때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배고프면 칭얼대니까...


엄청 뽀얗고 맛있게 떡국이 끓여졌다. 다 괜찮게 하는 편이지만 나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호박찌개, 미역국, 콩나물국, 이렇게 다섯 가지 국과 찌개를 가장 잘 끓인다. 게다가 치트키인 할머니 표 진-한 참기름과 깨, 간장도 있어서 감칠맛이 났다. 덕분에 밥을 안 먹으려던 나까지 먹게 되었다.


조카들이 어려서 별로 안 먹을 줄 알았는데 너무 맛있게 엄청 먹어대서 떡국이 부족했다. 결국 한 번 더 끓여서 먹였다. 그냥 처음부터 한 솥 끓일 걸... 양 계산을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다. 애들이 세배 하려고 하길래 아서라고 했다. 아기꼬모(내가 집안의 막내라 나를 아기꼬모라고 부른다) 아직 새배 받기에는 어리다.


자주 만나는 게 아니라서 데리고 나가 아이스크림도 먹였고 어쩌다가 조카들에게 레고도 사주게 되었다. 나도 레고 정말 좋아하는데... 내 것도 사고 싶었지만 조카들 것만으로 이미 50만원을 넘겼기 때문에 참았다. 아기꼬모 요즘 일도 못하는데 그렇게 갖고싶은 눈빛 보내면 어떡하냐 얘들아... 세뱃돈이 더 싸게 먹혔을 것 같다.


아기들이 목에 큰 상처는 뭐냐고 물었다. 요즘 누굴 만나도 매번 받는 질문이다 보니 얘기 하기, 설명 하기, 다 너무 귀찮더라. 대충 얘기하고 말았다. 아기들을 보는 건 참 힘든 일이다. 내 아가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프겠지만 내 아기는 아니니까.


사실 이번 연휴를 맞는 마음이 참 힘들었다. 이번 설 부터는 함께 보내기로 했던 사람이 생각 나 또 다시 가슴에 쿡쿡 찌르는 아픔이 느껴졌다. 만난 시간 만큼의 이별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남은 짧고 이별과 여운은 길다는 말을 몸소 체감 중이다. 심지어 짧지도 않았고 밀도도 높았지. 잔상이 길고 길게 남을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연휴 내내 계속 무언가를 하긴 했네. 누구라도 만난 게 다행인가 싶다. 가만히 있으면 금새 눈물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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