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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of the 허家, 그놈의 고대

  • Writer: Jeong Hanna Raphaela Heo
    Jeong Hanna Raphaela Heo
  • Feb 1, 2022
  • 3 min read

Updated: Feb 2, 2022


11월 부터 2월이 되기까지, 벌써 한 분기가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 시간만 멈추어 있고 세상의 시간은 여전히 빨리 돌아가나 봐. 오늘은 설 당일이다. '이번 설에는 함께 하기로 했었지' 하는 생각이 스치며 지금 보내는 이 시간이 또 다시 생경해 진다. 다시금 파도치는 마음이다. 구름진 이 마음이 가라앉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까, 마음이 일렁인다.


설 연휴지만 나는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친한 외가 사촌들은 명절이 아니더라도 평소 잘 만난다. 명절 때는 대가족 단위로 모이니 정신 없고 낯설어 잘 가지 않기도 하고, 코로나도 있는 데다가, 내 몸과 꼴이 말이 아닌 상태이기 때문에 어디든 갈 자신이 없었다.


함미가 아프셔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도 함미를 뵈러 가지 못했다. 나도 너무 아파서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에, 아픈 내 모습을 보면 할머니가 충격받고 힘들진 않을까 해서. 아빠 엄마만 갔다.



함미는 날 위한 쑥떡을 아빠 편에 보내주었다. 직접 기른 쑥, 직접 재배한 쌀, 함미와 함비의 모든 사랑이 담겨있는 이 떡은 내가 어렸을 때 부터 참 좋아하던 음식이다. 시중에서 파는 떡들과는 다르게 거칠게 결이 살아 쑥향 가득한 게 매력이다.


내 아기 사촌들이 벌써 스무 살이 되었다고 한다. 승재, 승연이, 그 아이들이 태어나던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조그맣던 그 아기들이 벌써 성인이 되었다니. 내 시간이 참 빨리도 흘렀구나 하는 생각에 뭉클해 진다.


고대에 입학한단다. 그놈의 고려대학교. 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그 학교, 정말 징글징글 하다.


1. 성인이 된 후 처음 사귄 남자친구도 고대 사람이었다. 참 웃기지, 그도 성시경을 엄청 좋아했다. 고대 사람들 종특인가...? 그는 내게 '너는 나의 봄이다'와 '연연'을 엄청 자주 불러주었는데 그래서 나는 그 노래를 안 좋아한다. 그에 대한 좋은 인상이 있어 굳이 안 좋아할 이유까진 없지만서도 뭐랄까, 모든 기억이 좋지만은 않았나 보다.


2. 내 가장 소중한 친구들 혹은 오래된 친구들 중 대부분이 고대 출신이다. 유미, 현경이, 지현이, 빵, 윤식이, 등등... 하고 많은 그 친구들 중 연대 출신은 단 한 명, 서울대 출신도 딱 한 명, 나머지는 다 고대 혹은 성대다. 그래서 축제 기간이면 고대에 자주 놀러 갔었다. 친구들과 플리마켓에 참여하기도 하고, 그걸 뭐라고 하더라...? 과에서 여는 주막? 주점 같은 것, 그런 곳에도 자주 놀러갔더랬다.


3. 나는 두 번의 사랑을 했다. 처음 사랑한 친구는 유학생이었는데, 여름 방학에는 꼭 고대에서 Summer School을 들었다. 그래서 고대 캠퍼스에 자주 놀러가곤 했다.


4. 그 다음 사랑,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도 고대 사람이다. 대체 고대와 나는 어떤 사연으로 이렇게 얽혀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떠올릴 때 마다 마음 아프고 쓰리다. 원래 쓰리지는 않았는데, 글쎄... 이제는 떠올리면 마음 쓰리다. 마음 속 아직 가득한 사랑이 시큰한 느낌인데 이 쯤 되면 혹시라도 내게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면 또 고대 이려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5. 인대 한 번 늘어나본 적 없는 내가 처음 입원하게 된 병원도 고대 병원이다. 지금은 고대 구로 병원에 다니고 있고, 3월 부터 내 주치의 교수님이 안암으로 가셔서 그 때 부터는 안암 고대병원에 가야 한다.


쑥떡을 먹으면서 엄빠가 얘기해 주는 친가 가족들의 소식을 들었다. 내 머리와 지성은 완벽한 친탁이고, 외모와 천진함은 완벽한 외탁이라 할 수 있다. 친가 가족들과는 히스토리도 많아서 데면데면 하지만, 친가 가족들은 모두 다 어디에서든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다. 외가에는 한 가닥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있다면 언니와 나겠지.


큰아빠는 소방기술연구원 연구소장이었고, 큰집 첫째 둘째는 모두 성대를 나와 삼성에 연구원으로 있다. 큰집 셋째가 이번에 고대에 가게 된 거다. 셋째 작은아빠 역시 사업을 해서 꽤 괜찮은 삶을 누린다. 셋째 작은아빠의 아들, 내 사촌 건이도 한 가닥 하는 친구다. 2011년 KMO 금상, 아주대 영재교육원 원장상, KJSO(한국중학생과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였고, 조기졸업 했다. 카이스트 교수직 태크를 타는 중인데, 얘는 한 가닥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엄청난 천재다. 막내 작은아빠네는 작은아빠가 IT 계열 사업을 하고 동생들 역시 한 명은 소방기술자로, 한 명은 아직 똑똑한 고등학생으로 잘 크고 있다.


사촌들의 소식을 듣는 기분이 묘했다. 나는 뭘 했고 뭘 이뤘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어제 미사에 가니 신부님이 그러시더라. 대림 시기와 신정을 지나고 마지막 새 해인 구정을 맞게 되었으니 이제는 정말 한 해를 잘 꾸려서 열심히 목표한 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주홍글씨 처럼 마음에 새긴 목표들이 있다. 열심히, 또 열심히,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하루 빨리 내게 동력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오늘도 미사에 갈까 싶다, 기도를 드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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