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Jan 22' 어쩌다 성당에...?
- Jeong Hanna Raphaela Heo

- Jan 22, 2022
- 2 min read
Updated: Feb 5, 2022
1월 2일에 예비신자 교리반 OT에 참석해서 등록을 완료했고, 오늘은 첫 교리수업 날이었다. 나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수업을 듣는다.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줄 몰랐는데 반에 한 40-50명이 대강의실에 앉아 있어서 처음에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20-30명 정도로 꽤 앉아 있었는데, 남은 자리가 극단적으로 맨 앞줄 혹은 극단적으로 맨 뒷줄에 몰려있어서 자리 잡기가 참 어려웠다. 역시 뭐든 잘 하려면 맨 앞줄에 앉는 대범함이 있어야 하며 수업에 집중하는 열렬한 모습으로 선생님의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은은한 관종이기에, 퍽 간절했기에, 혼자 맨-앞줄에 덩그러니 앉았다.
우리 반을 이끌어 주시는 분은 마리헬렌 수녀님이다. 말하시는 중간 중간 영어를 쓰시는데 나이가 있으신데도 발음이 좋으셔서 깜짝 놀랐다. 그게 수녀님에 대한 첫 인상이다. 오늘은 첫 날이라서 그런지 한 명씩 나와서 마이크 들고 자기소개를 하고, 어떻게 교리반에 등록하게 되었는지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불길한 예감은 엇나가질 않았고, 내가 맨 앞줄에 덩그러니 혼자 앉았기 때문에 역시 제일 먼저 하게 되었다. 이름을 얘기했고, 어떻게 성당에 오게 되었는지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나는 원래도 솔직하지만, 특히 타인에 대한 게 아닌 내 스스로에 대한 얘기 할 때에는 생각이나 감정 표현이 필터 하나 없이 솔직한 편이기 때문에.
내가 삶에서 가장 원하고 바라는 유일한 건 '따스함, 따스한 삶'인데 내 삶이 한 순간에 정말 모조리 다 얼음장 처럼 차가워 졌다고 얘기했다. 내 삶을 따스하게 만들던 것들이, 함께 따스함을 만들어가고 싶었던 것들이, 2021년을 보내며 서서히 하나씩 사라져 갔다고. 그렇게 얼어붙은 나의 삶 앞에서 내가 아쉬운 건 무엇이 있나 생각해봤는데 정말 하나도 없더라고. 꽤 행복한 삶이었고, 꽤 열심히 살았고, 해보고 싶었던 경험도 퍽 많이 해봤고, 나로 인해 가장 마음 아플 사람들에게는 너무 큰 원망과 미움받지 않을 정도로는 fair enough 하게 잘 해왔고 누구보다 충실했다고 생각한다고. 값을 매기는 건 아니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 해 봐도 모든 마음을 다 내어주며 충실했다고, 그래서 아쉬움이 없다 했다.
연말에 세 번을 죽음 앞까지 갔는데도 다섯 번째의 삶을 얻었다고도 했다. 진짜 회진 도는 의사들, 외래에서 만나는 의사들 마다 다 "저세상 갈 뻔 했어요 정말", "정말 행운이었고 가까스로 살아났어요", "이러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천만 다행이에요" 했는데도 사실 매일 살아야 하는 이유 생각은 커녕 죽지 않아야 할 이유만 열-심히 찾는 중이라고. 이렇게까지 놀랍게도 삶이 끝나지 않은 데에는 누군가의 힘이 닿았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근데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주변 사람들이 네가 좋은 사람이라 하느님이 널 너무 소중히 여기시는 것 같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했어서 한 번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왔고 죽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 보련다고, 믿음이란 걸 가져보고 싶다고, 그렇게 얘기 했다. 눈물이 왈칵 했다.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을 흘리는 요즘이라 뭐... 요즘 거의 허-수도꼭지-정 이다. 그리고 솔직히 조금 웃기지만 다른 하나의 이유도 말했다. 고해성사 하고싶은데 세례 없으면 못한다길래 (껄껄)ㅋㅋ.
사람들이 예비신자 반에 등록하게 된 이유는 가지각색이었지만 대부분 비슷했다. 근데 뭐, 사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집중할 겨를이 별로 없었다. 내게는 나만의 이유가 있고, 나는 6일 사이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주요 기도문 5개를 다 외워왔을 만큼, 믿음이라는 게 내게 남은 마지막 카드이자, 어쩌면 내 중심이 될 시작의 카드라는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에.
교리반이 끝나고 나서는 조금 기다렸다가 6시 토요 미사를 드렸다. 토요일 오후4시 반을 선택한 것도 그 이유였다. 교리 듣고 미사 드리고 오면 되니까. 그리고 내가 성당 다니는 것 아주 좋아하는 첫째오빠가 와서 팔찌도 사주고 성경도 사주고 집에도 떨궈줬다. 오늘 성당에서의 일정을 다 마치고는 기진맥진해서 당 충전을 열심히 하고 집에 돌아왔다. 오늘의 끄적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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