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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외로움? 아니, 그리움.

  • Writer: Jeong Hanna Raphaela Heo
    Jeong Hanna Raphaela Heo
  • Feb 6, 2022
  • 4 min read

Updated: Feb 9, 2022


영화 '조제'를 봤다. 원작 말고 국내에서 만든 리메이크 작을 봤다. 영화 초반에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라는 내레이션 부분에서 이미 내 눈시울은 붉어졌다.


영화의 내용을 요약 하자면 이렇다. 함께 나눈 사랑을 기억하는 여자, 그리고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 하는 남자, 그들이 담긴 이야기다. '영석'은 '조제'와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 인생의 쓴 맛과 삶의 무게를 경험한다. 그는 조제와의 시간을 통해 본인의 불안을 자각하며 안정감을 느끼고, 나아가서는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된다. 하지만 상황 상의 이유로,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의 벽' 때문에 둘은 서로를 놓는다.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영석은 심란하다. 결혼할 약혼녀가 있음에도 조제를 잊지 못한다. 사실 불 보듯 뻔했다. '넌 그럴 줄 알았다'와 같은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전개였달까. 그가 가장 힘들던 시기에 그의 어두운 시야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옆자리를 묵묵히 지켜준 그 여자, 조제. 그런 조제를 떠났다는 사실에 그는 여전히 가슴 아픈 그리움의 눈물을 흘린다. 그는 휠체어를 탄 사람만 보아도 혹시 조제일까, 조제이기를 기대하며 그녀를 떠올린다.


나에게는 결말이 살짝 오픈엔딩 같았다. 결혼할 약혼녀가 있어도 마음은 조제에게 가있어 계속 그녀를 떠올리게 되고 눈물짓게 되는 영석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은 몇년 전, 그들이 헤어지던 장면을 보여주며 마무리 된다. 영석의 현재 시점을 보여준 후에 어떻게 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건, 마치 '이렇게 현실의 벽 앞에 헤어졌기에 아직도 그리워하며 이윽고 돌아갈 것이다'의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다른 여자와 있어도 조제를 떠올리고, 생각하고, 그리는 영석이 어떻게 조제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결말이다. 극중에서 그가 어느날 우연히 조제의 소식을 듣고 다시 그녀를 찾아갔던 것 처럼, 결국 후배(약혼녀)가 아닌 조제에게 돌아간다는 것. 어떤 이를 그리워하며 그의 잔상이 머릿 속에 계속 맴도는 건, 그를 떠올리며 가슴 아파 흘리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 건, 결국 끝내지 못한 마음이 남아있는 사랑이라는 거니까. 마음이 남아있는 사랑은 평생 지우지 못할 테니까. 또,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울게 하는 사람이니까. 조제가 그의 사랑이며 그가 조제에게 돌아갈 이유다.


참... .어쩌다 보게 된 영화가 이렇게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다니. 영화 속 사랑의 시작과 어쩔 수 없는 이별, 그 과정의 잔잔하고 덤덤한 서사가 마음을 울렸다. 어느 새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외로움은 누구라도 채울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라는 말이다. 얼마나 와닿는지. 외로움과 그리움은 감정의 기저가 다르고, 그 깊이 역시 다르다. 영석이 조제에게 가진 감정은 외로움이 아닌 그리움이다. 어쩔 수 없이 나에 투영하게 되는데, 나 역시 그렇다. 외로움은 느낄 새도 여유도 없고, 그리움은 한 가득일 뿐.


나는 크면서 부모님에게 나를 울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는 말을 줄곧 들었다. 웃음은 누구나 내게 줄 수 있는 것이며 친구, 가족, 그 어떤 관계에서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는 건 자의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닌 그리움, 애정, 사랑의 마음이 담긴 것이니 날 눈물짓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고 했다. 좋은 말이지.


그리고 부모님이 또 하나 알려준 것, 정말 죽고 못살듯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말이었다. 결혼이란 건 정-말 서로가 죽고 못 살 만큼 사랑해서 하더라도 유지하는 게 어려운데, 단순히 조건이 마음에 들어서 등의 이유로 결혼 한다면 인생에 필연적으로 계속 닥칠 모든 힘든 순간에 서로를 바로 놓기가 너무 쉽다는 거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누군가와의 관계나 시간에 눈물이 포함된다는 건 꼭 나쁜 일은 아니다. 그렇게 나의 마음을 파도치게 할 만큼 큰 사랑을 주고 받는다는, 또는 주고 받았다는 것이니.


나를 울게하는 사람을 딱 두 명 만났다. 그리고 그는 이제 내게 그리움이 되었다.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많은 것을 함께하지 못한 사람, 여운과 아련함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알려준 사람. 정말 진실되고 순수한 사랑을 나누었지만, 그럼에도 더 주지 못하고 더 배려하지 못한 미안함과 그리움만 마음 속에 크게 남아버린 사람. 조제와 영석의 스토리와 꽤나 비슷한 무언가를 나눴다고 생각한다. 그도 영석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다. 뭐 그냥, 궁금할 수 있잖아-.


'그사세'에 나왔던 대사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 그게 자격지심의 문제이고 초라함의 문제이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문제이고 사랑이 모자라서 문제이고 너무나 사랑해서 문제이고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어떤 것도 헤어지는데 결정적이고 적합한 이유들은 될 수 없다. 모두 지금의 나처럼 각자의 한계일 뿐." 이 말이 맞다. 헤어짐을 말할 만큼만 사랑했다는 것.


내가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게 한 사람. 존재 만으로 위로가 되었던 사람. 그를 내 가족의 바운더리 안에 들일 수 있게 해준 사람. 그저 순수하게 온 마음과 정성을 다 퍼줄 수 있게 한 사람.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 살고있을 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지고 행복만을 빌어줄 수 있게 만든 사람. 사실 사랑 앞에는 이러한 모든 이유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저 ' 내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면 그만이지. 더 말해 무엇 할까. 내게는 이미 가족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있다. 나의 마음은 홀로 자리를 지킨다.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냥, 그냥 나는 뭐든 꾸준하게 사랑하는사람이다.


그냥 내 마음은 이미 가족으로 굳어진 걸 어떡해. 가족은 힘들 때 손 놓고 그러는 거 아니잖아.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어딘가에서 항상 널 사랑한단 믿음을 주며 마음으로 함께하는 게 가족이잖아. 싸우고 나서도 뒤 돌아서면 "밥은 먹었어?" 물어보는 게 가족이잖아. 별 수 있나, 마음과 기억은 컴퓨터 마냥 포맷될 수 없잖아. 이미 내 안에 가족으로 새겨버린 사람을 지우거나 도려낼 수는 없는 거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각자의 내상이 언제쯤 아물까 모르겠지만 빠르길 바란다.


영화 속에서 조제는 이렇게 마지막을 말한다. "난 이제 괜찮아. 우리는 쟤네들이 갇혀 있다고 생각하지만 물고기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갇혀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갇혀 있어도 좋다고 생각했어. 우리 둘이라면. 저 중에서도 행복한 물고기가 있겠지. 이제 괜찮아. 외롭지 않아. 네가 내 옆에 없다고 해도 난 네가 옆에 있는 걸로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나의 마음이 딱 저런 것 같다. 외롭지 않고 그리운 사람. 그가 옆에 없어도 난 그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내 사무치게 그기도 하지만, 그도 나만큼은 아녀도 조금은 날 그리워 해주길 바라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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