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Feb 22' 찡구들과 미사
- Jeong Hanna Raphaela Heo

- Feb 5, 2022
- 3 min read
Updated: Feb 7, 2022
어제의 기록에 적었듯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미사를 다녀왔다. 참 갑작스러운 모임이었지만 주말이어서 모두 가능했던 것 같다. 원래 토요일 오후 4시엔 교리 수업을 듣는데 이번주엔 받아들임 예식 때문에 일요일에 한다. 그 사실을 까먹고 있다가 생각나서 시간 되는 친구와 먼저 만났다, 루카.
집 근처 예술촌에 있는 Material에서 만났다. 내가 아파지기 전 스터디에서 보고 오늘 본 거니까 거의 세 달 만에 본 거다. 근황 Catch-up을 했다, 어쩌다 아프게 되었는지 등등... 루카오빠는 본인이라면 나보다 훨씬 힘들어 했을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다. 근황 얘기를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또 그리운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서로의 첫 사랑 얘기도 하고 다음 사랑을 못 하겠네 마네 하는 얘기도 하고 말이다. 헤어짐을 말할 때는 말하는 사람이 더 힘든지 통보받은 사람이 더 힘든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참 많은 얘길 나눴다.
카페 투어를 좋아하는 루카와 자리를 옮겼다. 가는 족족 카페에 웨이팅이 있었다. 카페 폰트도 그랬고 아파트먼트도 그랬고 백야까지 모두 그랬다. 아래의 사진은 폰트, 다음에 혼자 와봐야 겠다.
결국 걷다가 자리가 있어 보이는 어떤 카페로 들어갔다. '어떤' 카페인 것 치고 생각보다 참 좋았던 카페. 채광이 좋은 카페였다. 루카가 사진 찍어줬는데 다 맘에 든다. 그러다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성당으로 출발했다.
오늘도 오게 된 성당. 내일도 받아들임 예식 하러 올 예정이다. 친구들과 미사를 드린다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있으니 눈물도 나지 않더라. 나와 루카, 지은이, 지은이, 강민이 까지 넷이서 다녀왔다. 지은 프란체스카와 강민 프란체스코, 어쩜 세례명까지 세트인지... 유아 세례를 둘 다 받았다는데 '둘은 만날 운명이었나 보다'하고 생각했다.
미사를 드리고 나오니 날은 어두워져 있었고 바람이 불어 너무 추웠다. 어제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춥다는데 난 모르고 이번 겨울 중 두번 째로 코트를 입고 나왔다. 사실 이유가 있다.
나는 코트를 정말 좋아한다. 화이트, 아이보리, 오프화이트, 오트밀, 연하늘, 인디핑크, 라이트 그레이, 카키, 블랙, 정말 온갖 색의 코트를 갖고있고 오프화이트와 라이트 그레이, 그리고 블랙 코트는 기장별로 몇 벌씩 가지고 있을 만큼 좋아한다. 매년 하나씩 유행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좋은 코트를 사고 시즌이 끝나면 드라이를 해서 잘 모셔 놓기도 한다.
그런데 올 해는 참 슬프게도 밖에 나갈 일도 별로 없거니와 예쁜 옷 바꿔 입으며 즐거운 시간 보낼만큼 행복한 날도 없었다. 슬픈 일이지. 그러다가 오늘 모처럼 기분 전환을 위해 코트를 꺼내 입어봤다. 나는 직각 어깨를 갖고 있어서 코트 핏이 정말 좋은데 오랜만에 입어서 그런지 코트 참 예쁘게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예쁜 옷 입고 함께 거닐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또 했다... 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건 마치 공기같은 거다. 늘 내 곁에 있는 것. 날 숨쉬게 하는 것. 의식의 한 켠에는 아직 그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치유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미사 후에는 다 함께 중국집에 갔다. 가는 길이 험했다. 기온도 낮은 데다가 바람도 많이 불어서 너무 추웠다. 나는 원래도 걸음이 빠른 편인데 정말 엄청 빠르게 걸어서 친구들과 거리가 벌어질 정도였다. 그 짤을 친구들이 찍어줬다. (ㅋㅋ) 정말 너무 추워서 어깨에 힘을 주고 목을 거북이마냥 집어넣고 걸었다. 뒷모습이 잘 보여주네.
정말 오랜만에 중국집에 직접 가서 음식을 먹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이런 음식 먹었더라?' 하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는데, 또 다시 아프고 애틋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 찰나의 스침에도 마음에 물결이 생기는 요즘이다. 만남은 어렵지만, 서로 너무 좋아하며 만날 확률은 기적이지만, 그래도 헤어짐이 훨씬 어렵다는 걸 또 다시 체감했다. 오빠도 가끔씩 내 생각 할지 궁금해 지더라. 그냥, 너무 아프지 않게, 아련하고 애틋하게 기억해 주면 그것 만으로 고마울 것 같다.
암튼 오랜만에 본 친구들과 음식점에 와서 맛난 음식에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사는 얘기 나눌 수 있는 그 시간이 고마웠다. 지은이는 오랜만에 미사에 와서 울컥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성당에서 결혼식 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게, 성당에서 결혼식 하는 건 왜 생각도 안 해봤지? 너무 좋을 것 같다.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또 다시 사랑 얘기. 친구들은 나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너무 헌신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내 사랑이 꽤나 무조건 적이고 무한하다는 것에도 신기해 하는 나의 친구들이다. 어쨌든 친구들과 얘기 나눠서 마음이 조금은 환기된 것 같다. 오는 길에는 내내 성시경 & 김조한의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를 무한 반복했다. 요즘 이 노래에 꽂혀서 주구장창 듣는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 춥고 추웠다. 코 끝이 시린 건지 가슴이 시린 건지 모를 귀갓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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