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Dec 21’ 입원일기8: 심연,역경
- Jeong Hanna Raphaela Heo

- Feb 10, 2022
- 2 min read
Updated: Feb 11, 2022

어제 저녁 시간에는 심리검사를 받았다. 말이 심리검사지 그냥 아이큐 테스트에 가까웠다. 나는 도형(평면)에 진짜 약한 것 같았다. 상식도 부족했는데 교과과정을 한국에서 배운 적 없어서 그런 것도 같다. (진짜다, 인구라던가 뭐 도시 질문같은 것들이었다.)
간밤에는 꿈을 꿨는데 안좋은 꿈이었다. 전 남자친구가 나를 차갑게 떠나가는 꿈, 그리고 한 번은 황희랑 친구들이 꿈에 나와서 나에게 막 뭐라고 하는 꿈, 그리고는 조폭같은 사람에게 쫓기던 꿈. 이렇게 세 가지 악몽을 꿨다. 꽤나 생생하게 꿔서 마음 아프던 기억들이 모두 되살아났다. 마음이 아프다. 꿈을 깬 지금도 과호흡이 온다.
어제 심리검사를 한 영향일까? 그림을 보며 해석하는 검사가 있었는데, 내 마음 속 아픈 상황들을 모두 불러오는 듯한 그림들 이었어서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며 설명했기 때문이다. 아픈 잔상들이 남은 시간들로 돌아갔다 왔으니 당연히 영향을 받았겠지.
빨리 퇴원하고 집에서 혼자 쉬고싶다. 그런 생각이 들다가 이따금씩은 이 곳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아침에는 아빠와 통화를 했다. 아빠는 이번 기회에 정말 푸-욱 쉬면서 인생 길게 보고 나를 잘 돌아보며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빠른 템포로 삶을 살아가던 나로서는 익숙치 않은, 참 힘든 일이다.
그리고 사실 돌아보는 게 너무 마음 아파서 노력 하다가도 자꾸 포기하게 된다.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생각을 회피하고 싶었던 적이 없는데... 2021년은 내게 정말 최고의 행복도 주었지만 최악의 힘든 시간들 까지 한아름 안겨줬다. 간밤의 꿈이 마치 실제였던 것 처럼 너무 생생하고, 그래서 아직까지 눈물이 난다.
오늘은 또 다른 심리검사가 예정되어 있다. 어제 다양한 그림을 보며 해석하는 검사를 할 때에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는데, 그 것 외에는 사실 검사라도 하니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 좋더라. 어제 500문항 답변하는 것도 다 끝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병원이기 때문에 좋은 면 보다 부정적인 면에 포커스를 둔 리포트가 엄청 상세하게 나온다고 한다. 마상일 수도 있으니 긴장하라고 다들 말 해주더라. 근데 결과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어, 이미 내 마음은 심란하고 아픈데. 그런 마음이 반영됐을 테니 큰 기대가 안된다. 큰 실망도 안 하겠지.
괜찮다가도 안 괜찮은 날들의 연속이다. 어느 때에는 괜찮다가도 이내 혼자 병상에서 울고있는 나다. 떠올리면 아픈 잔상들이 너무 많다. 이따금씩 그 아픈 기억들의 심연에 빠져서 허우적 거린다. 설아언니가 날 엄청 챙겨준다. 울면 진짜 엄마같이 챙겨주고 무심한듯 챙겨준다. 내가 말하지도 울지도 않고 그냥 보통의 모습으로 감정에 빠져있을 때에도 어떻게 알고는 날 챙긴다. 언니가 레드썬 해줘서 그나마 정신줄 붙들게 되는데 정말 고맙다.
주치의 선생님과 오후 면담을 했다. 아직 복잡한 심경이다. 해야 할 일도 많고 해야 할 생각도 많고 내려야 할 결정마저 많다. 그 모든 압박을 다 견딜 만큼 마음이 굳센 상태가 아니다.
부의 추월차선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역경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역경은 우리를 몰아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역경은 우리가 무언가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충분히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역경을 그만하라고 말합니다. 역경은 그런 사람들을 단념하도록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역경, 내 역경, 나의 '지금'. 내 역경은 내가 삶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깨달을 기회를 주는 걸까? 난 삶을 충분히 원하지 않는 걸까...? 단념하고 싶은 걸까? 아픈 마음이어도 계속 긍정을 찾으려 노력에 노력을 한다. 끝내 살아 내겠지. 나잖아, 내가 아는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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