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Dec 21' 입원일기2: 행복이란?
- Jeong Hanna Raphaela Heo

- Feb 1, 2022
- 3 min read
Updated: Feb 8, 2022

잠을 설쳤다. 어제는 그제까지 잠을 잘 못 자서 그랬는지 수면제를 먹곤 바로 뻗어서 아주 잘 잤는데 오늘은 정말 못 잤다. 계속 꿈을 꿨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모든 꿈이 기억나진 않지만 일어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꾼 꿈은 생생히 기억난다.
내 마음 아픈 사랑에 대한 꿈이었다. 그 안에서 그와 빨간색 포르셰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꿈 역시 나에게 차가웠다. 안녕을 말한 후에는 똑같은 회사 건물에서 다른 여자분이 (내게 힘이 되는 존재였음) 빨간색 포르셰를 태워주는 꿈을 꿨다. 마치 이제 너는 내가 지켜준다고 말하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왔었다는 걸 그에게 알리고 싶었는지 그 회사 건물 앞에서 그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렸던 것 같다. 이 무슨 개꿈인지. 슬프면서도 홀가분한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엄청 멋지고 인상 좋던 그 여자,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왜 하필 여자였을까? 미래의 내가 '테넷'해서 꿈에 나타난 거라면 좋겠다.
오늘 또 다른 면담을 했다. 주치의 선생님 말고 교수님이라는 분과 했다. 이 곳에 얼마나 있어야 퇴원할 수 있을지 물었는데 내 마음에 달린 일이라고 하셨다. 우선 내 몸 상태 역시 좋지 않아 이 곳에서도 외과 치료를 병행하는 상황이니, 치료에 집중한다 생각하고 한 번도 쉰적 없는 내 자신에게 푹 쉬는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몸이 자꾸 붓는다. 먹은 것도 없는데 자꾸 팅팅 부어서 주치의 선생님에게 얘기했다. 괜히 말했나, 또 다시 피를 엄청 뽑아갔다. 쇄골에 끼웠던 튜브, 이 곳 저 곳 다 찔려 상처로 가득한 혈관 위 피부, 하도 피를 많이 뽑으니 혈관이 다 터지고 깨져서 오늘은 글쎄 발에서 피를 뽑아갔다. 발에도 주사 바늘을 몇 번이나 찔렀는지, 이제는 발의 혈관도 다 터졌네. 참 웃픈 일이다.
또 다시 집중 관찰실에 넣어졌고 혈압이 너무 낮다며 patient monitor를 내 손에 다시 끼웠다. 가슴에도 동그랗고 차가운 모니터 선들을 연결했다. 너무 불편하고 집이 그립다. 집 생각을 하니 문득 '이제 내 집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 순간 가장 그리운 집이 있다, 나의 안식처. 눈물이 흐른다.
어제 오늘 내 목과 배의 상처를 확인하고 드레싱을 해주러 온 외과 의사선생님이 있다. 외과 의사인 줄 알았는데 아직 레지이며 전공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정민 선생님,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이 선생님은 처음부터 특이한 인상을 남겨서 궁금했다. 첫 날에 선생님은 본인의 몸에 난 상처들을 보여 줬었다. 믿었던 친구에게 크게 통수를 맞았고 그래서 마음이 크게 다쳤었다면서. 나에게 얼른 나아서 나가라고 하셨다.
선생님한테 행복한지 물었다. 요즘 의사 선생님들을 만날 때 마다 물어본다. "선생님은 행복하세요?" 이 선생님은 엄청 행복하다고 했다. 그 전날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지금까지 (오후 5시) 일하고 있는 거지만 정말 곧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다. 사람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는가는 다르지만 본인은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있기 때문에 정말 갑자기 죽는대도 여한이 없다는 거였다. 선생님이 멋있고 부러웠다. 선생님은 산부인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저출산이더라도 산모들은 좋은 산부인과를 찾아가니, 개인 주치의처럼 한 환자와 가족을 오래 오래 돌보고 싶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내 병상 옆 쌓여진 책들을 보면서 내게 책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솔직히 책 읽는 것 싫어하는데 가끔 꽂히면 책을 엄청 읽기는 한다. 병원에서 할 것도 없겠다, 요즘은 독서를 엄청 한다. 선생님은 내게 좋아하는 책이 뭔지 물었고 난 대답했다. 선생님은 헤르만 헤세의 책을 다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명언, "인간은 자유라는 형벌을 받고 있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투명사회 라는 책도 추천해 주었다.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다더라, 우리 모두는 각자 올바르고 도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남들에게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을 각자 안고 산다는 듯한 내용이었다.
CT를 또 찍게 되었다. 이미 두 번이나 찍었는데 또... 몸이 자꾸 붓고 혈액 수치가 오르지를 않아서 추가적인 출혈이 있는건지 이번에는 머리 끝 부터 하반신까지 다 찍을 거라고 했다. 몸이 많이 붓기는 한다. 손으로 다리 등을 누르면 그 자국이 살짝 남을 정도로 말이다. 아직 혈압도 낮고 머리도 엄청 띵하고 일어날 때면 휘청거리기도 해서 거부할 수가 없었다. CT를 찍을 때면 기계가 내 몸에 어떤 약물을 투여하는데, 몸에 열이 확 퍼지며 뜨거워지는 듯한 느낌과 메스꺼움이 든다. 그 느낌이 너무 싫다.
CT실에 내려갔을 때, 환자들이 참 많았다. 나도 그 중 하나다. 마음이 다시금 아파오고 마음 속 숨어있던 속상함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내민다. 또 다시 미안함이 쌓이고 또 다시 죄책감이 든다. 또 다시 의욕이 사라진다. 나 정말 살 수 있는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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